"(오전)9시에 아침 먹고 점심은 안 먹어요. 차리기도 귀찮고 먹을 것도 없어. 평소에는 그냥 밥에 된장국, 미역국 끓여서 먹지. 반찬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는데, 이장이 가져다 준 반찬이랑 먹기도 하고, 아니면 김치 놓고 먹어요. 점심을 안 먹으니 저녁은 조금 일찍 먹지, 한 4~5시쯤."
매일 혈압약과 당뇨약을 챙겨야 하는 그에게 이런 식단이 좋을 리 없다. 하지만 '균형 잡힌' 식사는 사치에 가까운 형편이다.
척추관협착증에 무릎이 좋지 않은 B씨. 그는 집 안에서도 지팡이를 짚어야 할 정도로 혼자서 움직이는 일이 버겁다. 나이가 드니 허리와 무릎의 통증이 온몸을 더 무겁게 짓눌러온다. 이런 상태는 해가 갈수록 심해져 그는 요즘 주로 생활하는 거실에서 부엌으로 몇 걸음 건너가는 것도 마냥 귀찮기만 하다.
"요즘은 배 안 고프면 안 먹어. 피곤하고 귀찮아. 우리 같은 시골 노인들 다 비슷햐. 어떻게 때마다 다 챙겨 먹어"
이날 그가 아침으로 먹은 것은 끓인 누룽지와 된장찌개. 누룽지 두어 숟갈을 덜어내 끓인 거라 양도 적다. 점심은 당연히 걸렀다. 그나마 B씨가 된장찌개 놓은 누룽지라도 먹을 수 있는 건 평일 오후 3시간 정도 집에 들르는 요양보호사 덕분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 4등급인 그를 위해 밥이나 반찬 등의 식사 지원, 청소와 자잘한 심부름 등을 대신해준다.
B씨는 그렇게라도 누군가 자신을 찾아와주고 끼니 챙기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 고맙다. 그래서 혼자 밥을 챙겨야 하는 시간이 더 외롭게 다가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2~3년 전까지는 괜찮았는데. 움직이는 게 힘드니 만사가 다 구찮고 하기 싫어. 안 먹고 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약 봉지가 가득 든 약국 봉투를 들고 그가 말한다. 안 먹고 싶다는 것이 약인지 밥인지 알 수 없지만, 무엇이든 먹어야 살아내기에 그는 또 어렵게 걸음을 부엌으로 옮긴다. 가스불에 먹다 남은 찌개 그릇을 다시 올리며 말한다. "예전에는 회관에 모여 같이 밥도 먹고 시간을 보내던 때가 있었는데." 그가 조금 더 낮아진 목소리로 덧붙인다. "다른 사람들은 다 회관에 모였을랑가." 어두운 부엌, 적막한 공기, 그러나 어느 노인에겐 일상인 풍경 속에서 말이다.
물에 만 밥에 장 하나, 김치. 농촌 노인들의 흔한 밥상 풍경이다. 누가 봐도 영양 불균형이 심각한 밥상이지만, 그걸 몰라서 이렇게 끼니를 때우는 걸까. 사실 초라한 찬 위엔 그보다 짙은 외로움이 깔려있는지 모른다. <월간 옥이네>는 홀로 살며 혼자 끼니를 챙겨야 하는 면 지역 노인들의 밥상을 살펴봤다.
밥에 김치 그리고 약... 외로운 밥상, 위태로운 농촌
끼니 거르는 건 일쑤, 반찬은 사치... 옥천 노인들의 부실하고 쓸쓸한 '혼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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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1인 노인 가구 상황은 특히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빈부격차 심화, 고령화로 인한 활동력 감소, 양질의 식재료에 대한 접근성 부족 등으로 먹거리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사진은 한 어르신의 약 봉지. ⓒ 월간 옥이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동 지역(도시) 거주 노인보다 읍면 지역(농촌) 노인의 영양섭취가 더 부족하다. 옥천 홀몸노인의 식생활 관련 실태조사가 실시된 적은 없지만 지역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지역 노인들의 우울감 등 정신건강이 염려할 수준이라는 점을 상기해본다면 이는 시급한 대책이 필요한 부분이다. 2019년과 2020년 옥천군보건소가 실시한 '독거노인 정신건강 상태 조사'에 따르면 홀몸노인 중 우울감을 느끼는 이가 5명 중 1명, 자살을 생각하는 이는 4명 중 1명꼴로 나타났다. 고혈압, 당뇨, 암, 관절염 등의 신체 질환을 갖고 있는 노인은 10명 중 8명 이상(86.1%, 1816명)으로 더욱 심각하다.
먹거리 복지의 범위를 계속 넓혀가야 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주로 저소득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시행되며 '시혜성'이 강한 지역 먹거리 지원 정책을 '지역 주민이라면 누구나 평등하게 누릴' 권리로 확장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것. 즉 홀몸노인 등의 식사 문제 해결은 단순히 취약계층만의 일이 아니며 지역 맞춤형 복지 체계 수립인 동시에 주민 모두의 건강권 보장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친환경 지역 농산물을 소비하고 먹거리 주권의 기반이 되는 농업 선순환을 가져온다는 점에서도 무척 중요하다.
한달에 딱 10번, 이들이 밥다운 밥을 먹을 수 있는 날
먹거리 사각지대에 놓인 농촌 1인 노인가구... '잘 먹을 권리'를 위한 지역사회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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